계속 가란 말은 안할게. 단지 너가 특별한 아이라는 믿음만 지켜줘.

- 서론
-내 취미는 보통 책에 한정되어 있었고 내 의견을 맘껏 선보일 수 있는 것도 그것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. 하지만 나는 힙합 음악도 꽤나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 특히 최근에 한 아티스트를 파고 그의 소위 '명반' 이라 불리는 앨범을 돌리는 것에 재미가 들렸다. 그래서 앞으로 책 리뷰에 더해 앨범 리뷰도 겸해보도록 하겠다. 그 첫번째 명반을 평가하는 점수의 기준점이 될 앨범은 창모의 <UNDERGROUND ROCKSTAR> 이다.
+사실 리드머 앨범 평가나 나무위키 혹은 멜론 음반 리뷰글들을 꽤 많이 읽었다. 처음에는 그저 앨범을 200%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행했던 일이었는데, 그 글들을, 특히 리드머의 리뷰글을 읽을 때 다소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. 공적인 평론가의 의견이라 의식해서인지 굉장히 추상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. 좋은 글들은 구체적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. 만약 그게 시일경우 추상적인 것이 더 좋다. 그러나 글일 경우, 우리는 항상 구체적으로 쓰는 버릇을 길러야한다. 또한 그렇기에 앨범 리뷰를 시작하기로 하였다.
*아직은 들은 앨범 수가 매니아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힙찔이로써, 사운드 자체에 대한 평가, 곡의 구성이나 톤의 대한 평가를 할 자격은 없고 자질도 없다. 그러므로 평가 중 대부분이 곡의 가사나 앨범 속 곡들의 전체적인 유기성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참고바란다. 그리고 아직 이 앨범의 모든 의도를 판단할 정도로 수백 번 돌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차후 평가가 바뀔 수도 있다.
- 본론
-느낀 바: 히트곡도 많고 자신의 성공 서사를 담았던 [Boyhood] 앨범 이후, 그리고 입대하기전, 창모는 UGRS 앨범으로 자신의 삶을 담았다. 딩고 창모 다큐멘터리를 보면 어느정도의 회의가 그에게 찾아왔던 것으로 보인다. 더 이상 래퍼로써 활동할 동기부여가 부족했고, 결국 페라리를 사고 롤렉스를 삼으로써 줄어드는 통장 잔고만이 동기부여로 작용했다. 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이미 성공을 했어도 계속해서 노력해야하는 현실과 이미 군대라는 피할 수 없는, 불합리한 벽 앞에 선 창모의 고뇌가 앨범 속에 들어있었다.
-내가 이 앨범을 들으며 느낀 것은 "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던 강의 끝엔 바다가 있었다." 라는 문장으로 대변하고 싶다. 결국 창모는 큰 성공 이후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나태와 시들어진 목표 의식을 발전된 사운드와 포부로 화답했다.
-베스트 트랙: 좀 더 앨범으로 들어가서 내가 꼽은 가장 뛰어난 트랙은 8번 트랙, "Hyperstar"이다. 가장 창모다운, 우리가 창모에게 바라는 창모에의 음악이다. 전작 보이후드의 메테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. 창모 특유의 벅차오르게 하는 드라마틱한 음악이 이곳에 있었다. 좀 더 발전해서, 듣기 좋은 것들만 모아서 있었다. 특히 이 노래의 훅은, 정말 팬들과 대중들 그리고 창모 자신도 납득시키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.
-워스트 트랙: 별로 다시 듣고 싶지 않고, 앨범을 돌릴 때도 스킵을 하게 만든 곡은 5번 "Chronic Love" 이다. 만성적인 사랑..이 앨범의 전체적인 의미와는 안맞아 보였다. 모래시계와 태지를 듣고 벅찼던 마음이 그 다음 트랙부터 슬슬 시드는 느낌이었다. 특히 이 곡의 피처링인 y2k92의 지빈은 내 취향이 아니기도 하고 비트에도 안 맞는다고 느꼈다.
-숨겨진 최고의 트랙: 사실 UGRS의 모든 곡들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타이틀에 밀려 상대적으로 숨겨진 내 이 앨범의 최애 곡은 "Vivienne" 이다. 영국의 디자이너였던 비비안의 이름을 따온 제목의 이 곡은 더 나아가고 싶다는 창모의 포부를 담았고, 사운드와 가사 모두 취향저격 당해버렸다. 이 앨범이 명반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이 곡을 필두로 그 이후로 나오는 대부분의 곡들이 거의 평균 이상으로 잘 뽑혔기 때문이라고 본다.
- 결론 : 전체 평가
-이 앨범은 정말 주관적으로 내가 느끼기에는 뛰어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모두 있었다. 앞에서 뛰어난 바를 대부분 말한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을 말하자면, 사실 태지 이후로 나오는 3개의 곡이 모두 아쉬웠다. 객관적으로 봤을때는 좋을 수 있지만 창모라는 아티스트에게 기대하는 바를 다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. 또한 나는 창모가 가사읽는 재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. 그냥 노래만 듣다 가사까지 해석하면서 들을때의 쾌감은 창모에게는 없었다. 흥미로운 구절이 없으니 라임도 많이 없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.
-또한 피처링진도 아쉬웠다. 마지막 곡의 Dut2를 제외하면 모든 피처링들이 사실 다른 래퍼들로 대체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. 물론 전체적인 흐름에 맞춰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뭐랄까 랩으로 찢으면서 나오는 개성을 피처링진에게 원하는 것 같다.
-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쁘지않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. 힘을 줄 곳에는 힘을 줬고 힘을 뺄곳에는 힘을 뺐다. 내가 창모하면 떠오르는 것을 뽑자면 '노력과 사랑'이다. 그것이 피아노가 됐든, 랩이 됐든, 여자친구가 됐든 창모는 일관적으로 그 주제를 다룬다. 그래서 더욱 좋지만 아쉬웠다. 강렬한 사운드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앨범인 것 같다.
평점: 7/10